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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도서 요약 |
역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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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인간의 언어로 재현된 이야기다. 남의 언어로 쓰인 남의 과거 이야기에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기초적인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낯선 정보를 검색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서사에 집중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역사서를 단 한 권만 꼽으라면, 사마천의 『사기』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사마천은 역사를 역사답게 쓴 중국 문명 최초의 역사가였다. 민간의 역사서와 다양한 국가 기록을 참고하여 『사기』를 집필했지만, 『사기』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이전의 역사서들이 별 하나를 그렸다면, 사마천은 우주를 그렸다. 『사기』는 시대와 문명의 과거를 언어로 재구성한 '전체사'였다. 인류 역사에서 홀로 그 엄청난 작업을 해낸 역사가가 오직 사마천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이 오늘날까지 역사서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보편적인 역사 법칙을 밝혀서가 아니라, 귀중한 역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발견했다고 믿었던 역사 법칙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7세기에 탄생한 이슬람 문명과 아랍 사회의 현황 및 특징을 기록했고, 당시 아랍 지식인들이 인간과 문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정밀하게 서술했다.
이러한 정보 덕분에 『역사서설』은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었다. 이 책은 또한 시대를 한참 앞서간 과학적 사고방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담고 있어서, 깊이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지독히 재미없게 글을 썼던 랑케가 '역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의 학문적 업적이지만, 다른 하나는 치명적이고 중대한 인식의 오류다. 랑케의 업적은 오류 덕분에 빛나며, 오류는 업적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역사학은 그가 이룬 업적의 토대 위에서 그가 저지른 오류를 극복하며 발전했다. 이러한 인물을 빼놓고 역사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다. 이븐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고,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다.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토인비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역사는 기록이자 과학이며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의 연구』는 문명의 탄생과 성장, 쇠락과 해체의 과정과 원리에 대한 단 하나의 이야기다. 세부 사항을 서술할 때 문학적 표현을 즐겨 사용한 그는 역사와 문학을 뒤섞었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문장 스타일을 고수했다.
역사의 역사는 우리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 격려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인간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이야기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역사적 통찰과 인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이 책은 독자들을 역사의 거장들과의 흥미로운 대화로 초대한다. 유시민 작가는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