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인물은 하늘이 내리지만, 성공하는 지도자는 참모가 만든다. 흥망성쇠로 이어지는 왕국의 역사는 제왕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참모의 역사이기도 하다. 성공하는 지도자는 참모가 만들며, 반대로 인재 중용에 실패한 지도자가 성공한 예는 역사에 없다.

이덕일의 킹메이커

위대한 역사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를 꿰뚫는 식견과 민심을 아우르는 지혜, 그리고 과감한 실행력을 갖춘 지도자와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위대한 협업으로 직조된다. 특히 왕조의 교체와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단순한 권력 투쟁을 넘어, 새로운 국가 이념과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리더십

소서노는 망명객 주몽에게서 단지 명분뿐 아니라, 강력한 실력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그를 '킹'으로 선택했다. 이 결단은 고구려 건국의 초석이 되었고, 소서노는 주몽을 왕으로 만들어 대륙 국가 고구려를 창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북부여에서 온 유리가 주몽의 자리를 이어받았을 때, 소서노는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다투는 대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기꺼이 길을 떠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때 장남 비류가 아닌 차남 온조를 '킹'으로 선택한 것 또한 소서노의 혜안이 담긴 결정이었다. 그녀는 주몽을 통해 대륙 국가 고구려를 건국했고, 차남 온조를 통해 해양 국가 백제를 건국했다. 이처럼 한국사의 원형인 대륙성과 해양성이 소서노의 일생에 온전히 담겨 있는 것은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소서노의 삶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포용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정신이야말로 소서노가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전략적 제휴와 비주류의 성공

권력은 종종 카르텔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벌어진다. 신라의 진골 카르텔이 꾸민 계획을 간파한 김유신은 알천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화백회의 의장인 상대등을 역임한 원로 알천이었지만, 김유신은 이미 군신 대접을 받고 있었고, 그의 헌신에 감복한 신라 군사들은 김유신을 목숨처럼 따랐다. 이러한 김유신의 군사적 역량이 뒷받침되자,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라는 김춘추의 혈통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정통성의 기반으로 변했다. 알천은 김춘추와 김유신이 내세운 삼국 통일이라는 거대한 어젠다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무모하다고 판단했음은 분명하다. 이들의 전략적 제휴는 비주류였던 김춘추와 김유신이 신라 지배층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삼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주류 집단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잠재우고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념과 현실, 그리고 정책의 중요성

고려 시대에는 단순히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을 넘어, 고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노선 투쟁이 존재했다. 왕건의 유훈을 실천하려는 진취적인 세력과 현실에 안주하려는 보수적인 세력 간의 대립이 첨예했다. 특히 경주 세력과 유학 세력들은 고려를 황제국에서 중국의 제후국으로 격하시키고, 그 안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다. 『고려사』가 천추태후에 대해 시종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이런 노선 투쟁에서 천추태후가 유학 세력과는 다른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배층이 국가와 공동체를 나락으로 빠트리는 권력의 숨겨진 속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아무리 좋은 이념이라 할지라도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조선 건국 과정에서 정도전의 역할은 이성계를 옹위하는 것 이상으로, 귀족 중심의 토지 제도를 개혁하여 민심을 돌려놓은 데 있었다. 그에게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돌보겠다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이는 조선 개국의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개혁을 이끄는 불도저형 참모와 법치의 토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때로는 단호한 결단과 함께, 그 결단을 실현할 수 있는 불도저형 참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태종 이방원은 처가나 공신들과 권력을 나누었다면 이는 권세가들이 국가 권력을 사유화했던 고려 말의 재연과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고려 멸망에 불만을 가진 사대부와 일반 백성은 왕자의 난을 권력 다툼으로 조롱하며 조선의 멸망을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태종의 피의 숙청으로 조선은 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나아 갔다. 이는 왕권 강화와 중앙 집권화를 통해 혼란을 종식시키고 국가의 기틀을 다지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실제로 세종 르네상스의 절반 이상은 태종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종의 개혁 의지는 법과 제도에도 투영되었다. 그는 기존의 종모법(어머니 신분을 따르는 법)을 아버지의 신분을 따르는 종부법으로 바꾸었다. 이숙번을 필두로 여러 공신이 격하게 반대했지만, 태종은 종부법을 강행했다. 종부법 아래에서는 국가에 세금을 내는 양인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는 대신, 주인에게 세금을 내는 노비의 숫자가 대폭 줄게 된다. 이는 국가 재정에는 큰 이득이 되지만 양반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법일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그 뒤 세종은 사대부의 집중적인 요청을 받고 재위 14년(1432) 종모법으로 환원시켰는데, 이는 세종의 커다란 정책 실기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래 관노로 있던 장영실을 발탁한 인물도 태종이었고, 박자청을 판서까지 끌어올린 인물도 태종이었다. 미천한 신분으로도 고위 관직에 오를 수 있었던 사회, 바로 이러한 역동성이 조선 초기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우직하고 강단 있는 전문 분야의 참모를 중용하는 것이 한 사회의 역동성을 좌우한다는 것을 박자청의 사례는 명확히 보여준다.

위기 극복과 책임감 있는 정책의 힘

국가는 때때로 극심한 위기에 직면하며, 이때 민의를 배신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효종과 현종 때는 극심한 천재지변에 시달렸다. 특히 현종 11년(1670) 경술년과 12년(1671) 신해년에는 경신(庚辛) 대기근이라 불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천재지변이 닥쳐 굶어 죽는 백성이 속출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16~19세기는 세계적인 소빙기였다. 계속되는 흉년으로 줄어든 수입에 대한 분배 문제가 정국의 현안이 되면서 대동법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데는 이러한 시대 상황도 한몫했다. 그러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백성은 절대적 빈곤에서 차차 벗어나게 되었다. 경신 대기근을 극복하는 데 대동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조와 효종 대에 걸쳐 김육은 기득권 세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끝끝내 대동법을 추진했던 경제통 참모였다. 그는 자신의 직을 걸고 대동법을 국가의 주요 의제로 올려놓았으며,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국고를 채워 백성을 살리려는 필사의 노력을 평생에 걸쳐 진행했다. 그의 노력으로 대동법의 시행은 확대되었고, 이는 경신 대기근 때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며, 조선 후기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나라를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고 미쳐야 한다는 김육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 책임감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 핵심 메시지

위대한 역사는 지도자의 탁월한 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과거의 역사적 인물들은 단순히 권력을 쟁취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요구를 읽고, 민심을 헤아리며, 과감한 개혁을 통해 국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포용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국가와 백성을 위한 책임감 있는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 추천 글

이 책은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을 통해 리더십의 본질과 성공적인 협업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통찰과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