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유럽의 정복자와 탐험가들이 새 땅과 자원을 찾아 돌아다니던 대항해 시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정복지의 약자로서만이 아니라 외교사절이자 탐험가, 중재자, 그리고 유럽인들의 가족으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갔다. 이들 중 다수는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들은 노예가 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법정에 서고, 변호사를 고용하며, 국왕에게 적극적으로 탄원했음을 보여준다.

야만의 해변에서

잊힌 항해자들: 대서양을 건넌 아메리카 원주민의 재발견

우리가 흔히 '대항해 시대'라고 부르는 역사의 한 장은 주로 유럽인의 시선으로 기록되어 왔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정복'한 유럽 탐험가들의 모험과 업적이 주된 서사였다. 하지만 거대한 대서양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향하는 배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부르는 지역과 유럽 사이에 놓인 거대한 바다를 건너고,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을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는 단순히 유럽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의 주체로서 대항해 시대의 파고를 넘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생한 기록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유럽 속의 인디저너스: 존재의 다양성

"1490년대 초부터 유럽에 수천 명의 인디저너스들이 있었음을 알면, 그들을 대수롭지 않은 예외라고 여길 수 없게 된다.……그들은 외교관이기도 했고, 무대에 오르는 예술가이기도 했으며, 통역사, 선원, 하인, 가족의 일원, 노예이기도 했다."

유럽 땅에 존재했던 수많은 인디저너스(Indigenous)는 단순히 '피정복민'이라는 단일한 이름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그들은 정치적 협상을 위한 외교사절로 유럽 왕궁에 발을 들이기도 했고, 이국적인 문화를 선보이는 예술가로 대중 앞에 서기도 했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역사로서 양측의 소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때로는 선원이나 하인, 혹은 유럽인 가족의 일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상당수는 잔혹한 노예 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끌려왔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유럽 사회의 법정에서 목소리를 냈다.

투쟁의 흔적, 기록 속에서 찾다

"그들은 투쟁했고,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자료에 등장하는 인디저너스들이 대개 싸우는 모습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럽인들이 남긴 역사 기록에서 인디저너스들이 주로 '싸우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고, 자유를 쟁취하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저항했다. 이들의 투쟁은 물리적인 충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법정에서의 항변, 국왕에 대한 탄원, 그리고 문화적 저항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록들은 인디저너스들이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했던 주체였음을 증명한다.

경계인의 역할: 중재자에서 브로커까지

"유럽인들이 남긴 자료에는 인디저너스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탐험가 및 침략가들에 의해서 중재자로 “이용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은 침략자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동포들을 위한 외교관이자 브로커이기도 했다."

유럽인들의 기록에는 인디저너스들이 '이용되었다'는 서사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훨씬 더 복합적이었다.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그들은 침략자와 동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때로는 유럽인의 대리인으로서, 때로는 동포를 위한 외교관이나 브로커로서, 두 세계의 경계에서 자신들의 지위와 지식을 활용하여 복잡한 상황을 조율했다. 이러한 이중적 역할은 단순한 '이용'을 넘어선 그들의 능동적인 선택과 행위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다시 쓰다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옮기면,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

기존 역사 서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유럽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실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관점을 바꾸는 것을 넘어, 과거의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현재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대서양 횡단이 준 기회

"일부 젊은 인디오와 메스티소에게 대서양 횡단 여행은 자신을 재창조할 기회였다."

대서양을 건너는 여정은 모든 인디저너스에게 비극적인 경험만은 아니었다. 일부 젊은 인디오와 메스티소(혼혈인)에게는 자신을 재창조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때로는 자신의 지위나 능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에게 과거의 정체성을 넘어선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인식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 같은 학자들은 16세기에도 인디저너스들이 자신들의 땅에 대해 “완벽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했다. 그들에게는 소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고, 그 가치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무주공산'으로 여겼다는 통념과 달리, 16세기에도 인디저너스들은 자신들의 땅에 대한 명확한 소유권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땅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전통과 삶의 방식에 따라 땅을 소유하고 관리했다. 이는 유럽인들의 일방적인 정복 논리를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이며, 원주민 문명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진취적인 무역 참여

"인디저너스가 무역 및 상업에 초연한 사람들이었다고 이상화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그들이 행한 진취적이고도 단호한 참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인디저너스들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순수한 존재로만 이상화하는 시각은 그들이 무역과 상업에 진취적으로 참여했던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하여 교역망을 구축하고, 유럽인들과 적극적으로 교환하며 경제 활동을 펼쳤다. 이는 그들의 문화가 고립된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왕대 왕의 만남

"한 차멜케뇨인에 따르면 “스페인 왕이 그에게 경례를 하라고 했을 때, [아 폽 바트스는] 경례를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왕 앞에서 경례를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왕이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왕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 폽 바트스가] 왕이라는 사실을.”

유럽의 왕 앞에서 경례를 거부한 차멜케뇨인의 일화는 인디저너스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유럽 왕실과 동등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을 종속된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며, 대등한 주권자로서 외교적 교섭에 임했다. 이는 유럽인의 시선에 가려졌던 원주민 사회의 복잡한 정치 체계와 주체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을 바라보는 원주민의 시선

"인디저너스 방문자들은 유럽을 정치적 중심지로도 보면서, 지배자와 거지, 풍요로움과 굶주림, 시민들에 대한 예의와 극단의 폭력이 공존하는 야만의 해안으로도 보았다."

유럽으로 건너간 인디저너스들은 유럽을 일방적인 '문명'의 상징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들은 유럽을 정치적 중심지이자 부의 보고로 인식하는 동시에, 극심한 빈부 격차와 잔혹한 폭력이 공존하는 **'야만의 해안'**으로도 보았다. 이는 그들이 유럽 문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유럽 사회를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름 없는 존재들의 역사

"대서양 세계에는 아메리카 토착 통치자들과 귀족, 외교관도 있었고, 화려한 왕들과 당당한 대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 역시 많았는데, 그들이 존재했다는 기록은 기껏해야 한 줄 정도이다.……때로는 눈에 띄고, 때로는 평범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역사의 기록은 주로 위대한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쓰이지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대서양을 건넌 인디저너스 중에는 통치자나 귀족, 외교관처럼 눈에 띄는 인물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기록 한 줄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항해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 핵심 메시지

대항해 시대의 역사는 유럽인의 시각으로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대서양을 넘나들며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은 피정복민이 아닌 주체로서 투쟁하고, 교류하며,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고, 이는 현대까지 이어지는 식민주의의 잔재를 성찰하게 한다. 지워진 기억들을 되살려 원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 추천 글

대항해 시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풍부한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살아 숨 쉬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면면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원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