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제왕』은 5억 년에 걸친 두족류의 진화사를 다룬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시작해 초포식자로 군림했던 초기 두족류부터, 공룡 멸종 후 현대 오징어와 문어로 이어지는 과정을 탐구한다.  

또한 껍데기의 진화, 지능 발달, 위장술 등 두족류의 놀라운 적응력을 통해 자연의 혁신을 조명한다.

특히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의 운명, 어류와의 공진화, 인간 활동으로 인한 멸종 위기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두족류의 생존 전략은 지구의 격변 속에서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며, 이 책은 위협받는 바다 생태계와 두족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도 함께 제공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무척추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몇십 년간 두족류를 연구해왔다.

『사이언스Science』,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해양 생물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한편 『실험 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아쿠아컬처Aquaculture』 등의 학술지와 수많은 교과서에 연구 결과를 게재해왔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수학, 영화관에 가다』, 『뉴턴과 화폐위조범』, 『브레인 온 파이어』, 『창조력 코드』, 『멋진 우주, 우아한 수학』 등이 있다.

머리말: 왜 하필 오징어인가?

제1장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들의 세계

제2장 제국의 발흥

제3장 헤엄 혁명

제4장 변화무쌍한 껍데기

제5장 껍데기 에워싸기

제6장 제국의 몰락

제7장 재침략

제8장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맺음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후주

찾아보기

 

"과학자들은 껍데기에 방이 여럿 생기는 과정이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으리라고 본다."

두족류의 역사는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다양한 생물 종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늘날 생태계의 기틀을 마련한 시점이다.

두족류는 당시 껍데기를 가진 생물 중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들의 껍데기는 단순히 보호 장치가 아니라 부력을 제공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부력 조절의 과정은 세 단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초기 두족류는 껍데기 안에 염분 농도가 낮은 액체를 분비하여 껍데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이후 후손들은 껍데기 내부에 방을 형성해 액체가 새어 나오지 않게 봉인했으며, 마지막으로 기체를 주입함으로써 부력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바다 밑바닥을 기어 다니던 두족류를 수중에서 자유롭게 떠오르게 했고, 헤엄치는 능력을 부여했다.

이 혁신은 두족류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았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 바다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부력 조절 기술은 이후 두족류 진화의 근본이 되었으며, 이들의 놀라운 적응력을 가능하게 했다.

"원시 두족류의 껍데기는 곧고 길게 뻗은 모양이었는데, 대체로 길이가 30센티미터에서 2미터 사이였다."

캄브리아기 이후 두족류는 점차적으로 그들의 생태적 지위를 확립했다. 

이들의 껍데기는 대개 곧고 길게 뻗어 있었으며, 거대한 몸집과 부력 조절 능력을 통해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았다.

엔도케라스 기간테움과 같은 종은 최대 3.5미터에 달하는 껍데기를 지녔으며, 이는 당시 바다에서 가장 큰 생물 중 하나였다.

이 거대한 껍데기는 단순히 외형적 위압감을 제공한 것만이 아니었다.

두족류는 껍데기의 무게 중심을 조정하고 부력을 활용해 수평으로 안정적으로 헤엄칠 수 있었다.

이는 바다 곳곳에서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거나 부식을 통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 두족류는 바다 생태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며, 다른 생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거대한 크기와 껍데기를 활용한 부력 조절은 진화적 성공의 상징이었으며, 바다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확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데본기가 끝날 무렵이 되자, 껍데기가 곧거나 헐겁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다양성과 개체 수가 줄어들고, 껍데기가 촘촘하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번성하게 되었다."

두족류의 초기 번성은 실루리아기와 데본기에 들어서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 시기에는 어류가 등장하며 두족류의 지배적 지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통해 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며 먹이 사슬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

특히 턱을 가진 어류는 두족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이에 맞서 두족류는 나선형 껍데기를 통해 기동성과 방어력을 강화했다.

이 껍데기는 포식자로부터 연질부를 보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했다. 나선형 껍데기의 발달은 두족류가 경쟁적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두족류와 어류 간의 공진화는 생태계의 복잡성을 증대시켰다. 포식과 방어의 경쟁은 두 생물군 모두에게 진화적 압력을 가했으며, 이는 오늘날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페름기 말의 화산 분화로 바닷물 pH가 급격히 변하게 됐다면, 대멸종기에 최대 규모의 사망 사태가 바닷속에서 발생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대멸종 사건은 두족류에게도 큰 시련을 안겼다.

페름기 말의 화산 활동과 바다 산성화로 인해 전체 생물종의 96%가 멸종했고, 암모나이트류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앵무조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 차이는 두 종의 번식 전략에서 기인한다.

앵무조개는 큰 알을 낳고 수명이 긴 반면, 암모나이트는 작은 알을 낳고 빠르게 번식했다.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했을 때, 앵무조개의 전략이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멸종은 생물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통해 생태계는 새로운 균형을 형성했다.

앵무조개의 생존은 두족류의 적응 능력과 환경 변화 속에서도 이어지는 진화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빨판, 다리 갈고리, 먹물처럼 우리가 초형류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기는 점 가운데 상당수는 트라이아스기의 화석기록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트라이아스기에는 두족류의 진화에서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껍데기의 상실은 초형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으며, 이로 인해 두족류의 생태적 적응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했다.

초형류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껍데기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대신, 빨판과 갈고리 같은 새로운 사냥 도구를 개발했다.

이는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잡는 데 있어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했다. 또한 먹물을 통해 포식자를 혼란시키는 방어 수단을 갖추게 되었다.

껍데기를 버림으로써 초형류는 민첩성과 유연성을 강화했으며, 이는 오늘날 문어와 오징어와 같은 현대 두족류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는 데 기여했다.

"현생 오징어에서는 방추부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암모니아로 부력을 조절하는 방식이 발달했는데, 그 결과로 오징어가 화석기록에서 지워지는 특이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신생대에 이르러 두족류는 껍데기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상실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서식지를 확보했다.

특히 오징어는 암모니아를 활용해 부력을 조절하며 이동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이들의 생존 능력을 강화한 동시에, 화석 기록에서는 사라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고래와 같은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도 두족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고래의 반향정위에 맞서 두족류는 민첩성과 위장술을 강화하며 생존 전략을 다변화했다.

현대 두족류는 뛰어난 지능과 시력, 위장술, 먹물 같은 방어 수단을 통해 바다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이야기들은 두족류가 단순히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적응과 생존의 기록들임을 보여준다.

바다의 제왕으로 군림한 두족류는 앞으로도 그 경이로운 역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두족류는 5억 년의 진화를 거쳐 바다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껍데기의 발달과 상실, 부력 조절, 먹물과 위장술 등은 이들의 생존 전략과 환경 적응의 핵심이었다.

대멸종과 환경 변화 속에서도 두족류는 놀라운 적응력으로 살아남았다.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의 대조적 운명은 번식 전략과 진화적 선택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현대 두족류는 지능, 민첩성, 방어 기술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독보적 존재로 남아 있다.

고래와 같은 포식자와의 경쟁 속에서도 두족류는 적응하며 지속적인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두족류는 5억 년 동안 진화의 역사를 써내려간 바다 생태계의 살아 있는 증거다.

껍데기에서 시작된 진화적 혁신, 대멸종과 환경 변화에 맞선 적응의 여정,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지능과 민첩성으로 바다를 지배하는 모습까지, 이 책은 두족류의 경이로운 진화와 생존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바다 생태계의 비밀을 탐구하고 진화의 경이로움을 느끼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