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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도서 요약 |
불멸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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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생명체의 경이로움은 때로는 기이하고 이해하기 힘든 형태로 발현된다. 이는 단순히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와 자연선택, 그리고 유전자의 예측과 기록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생명체는 과거의 환경을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 예측에 따라 자신을 다듬어 왔다.
기만의 예술, 위장과 의태
자연의 세계에서 생존은 종종 기만이라는 예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란에 서식하는 한 뱀은 이 놀라운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고도로 위장된 뱀은 꼬리 끝에 가짜 거미가 달려 있다. 사진으로 보기에 이 가짜 거미가 얼마나 정교하게 새를 속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뱀은 거미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과 놀라울 만치 흡사한 방식으로 꼬리를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마치 살아있는 거미와 같아서, 뱀이 굴에 몸을 숨긴 채 꼬리 끝만 내밀고 있을 때면 더욱 완벽한 속임수가 된다. 새가 이 거미를 잡으려고 덮치는 순간, 새는 뱀에게 잡히고 만다. 이러한 정교한 기법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볼 가치가 있다. 이처럼 생존을 위한 위장과 의태는 생명체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해 온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생식 전략의 기괴한 진화
생식은 종의 보존을 위한 본능이지만, 그 방식은 종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함을 보이기도 한다. 심해 아귀의 성생활은 이러한 생명체의 다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서 언급된 아귀의 특징들은 모두 암컷에게만 해당한다. 수컷은 '꼬마'다. 암컷보다 수백 배 더 작고 미약한 존재이다. 암컷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이 작은 수컷을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온 수컷은 턱을 써서 암컷의 몸으로 파고든다. 일단 암컷의 몸에 붙으면, 수컷은 자기 몸의 앞부분을 소화시켜서 없애고, 암컷의 몸에 묻힌 상태가 된다. 마치 기생충처럼, 수컷의 뒷부분만 약간 암컷의 몸 밖으로 튀어나온 형태로 남게 되는데, 이것은 암컷이 필요로 할 때 정자를 채취하는 생식샘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극단적인 성적 이형과 생식 전략은 혹독한 심해 환경에서 종족 번식을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며, 생존을 위한 투쟁이 얼마나 다양하고 기이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유전자의 불멸성: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예측
생명체의 가장 근원적인 정보 저장 매체인 DNA는 개체 하나의 생명 주기보다 훨씬 긴 의미를 지닌다.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며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화강암에 새긴다"는 표현은 이를 극적으로 강조한 비유일 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유전자의 특성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조상 세대가 겪었던 환경과 그에 적응했던 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낸 살아있는 역사책과 같다. 모하비 사막의 사막뿔도마뱀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피부 색깔과 무늬는 그 개체가 사막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유전자의 '예측'이 구현된 결과물이다. 도마뱀의 유전자는 자신을 후손에게 전달하는 '탈 것'인 개체가 모래와 돌로 뒤덮인 사막에서 태어나리라 예측하고, 그 환경에 맞춰 도마뱀의 피부색과 무늬를 만들도록 조정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사막뿔도마뱀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이 개체의 피부색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 것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유전자를 마치 조상 세계가 적힌 하나의 문서로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피부색과 무늬를 넘어, 모든 기관과 세포, 생화학적 과정에 이르기까지 과거 조상들이 살았던 사막이라는 환경에 적합하게 세밀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도킨스는 이러한 기록물인 유전자 위에 현재의 변화하는 환경과 돌연변이의 기록이 덧씌워진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은 오래전 서양에서 버리기가 아까워 적었던 글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써 왔던 **양피지(팰림프세스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유전자는 이처럼 과거의 기록을 담고 미래를 예측하며, 생명체가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유전자가 지배하는 몸, 기생과 조작
때로는 유전자가 직접적인 통제력을 행사하여 숙주의 행동을 조작하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진다. 코끼리물범의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는 과거를 돌아볼 때, 길게 이어진 수컷들의 몸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렘을 차지한 소수 우두머리 수컷들의 아주 비대하고, 크게 트림을 해 대며 살이 출렁거리는 몸들을 본다. 이들은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고 달랑거리는 코를 살아 있는 나팔로 써서 고함을 질러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는 몹시 호전적인 수컷들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지배는 때로는 더욱 섬뜩한 형태로 나타난다.
흡충은 기생하는 달팽이의 행동을 조작하여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만든다. 흡충은 달팽이의 행동을 조작해서 낮에 돌아다니게 만든다. 이는 보통 야행성인 달팽이가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밤에 활동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 행동은 달팽이가 겪을 곤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흡충은 한살이의 한 단계에서 달팽이의 눈자루로 침입한다. 그러면 눈자루는 기괴하게 커지며, 길이 전체를 따라 눈에 띄게 고동치는 듯하다. 그 결과 눈자루가 기어 다니는 작은 모충처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흡충이 달팽이의 눈자루를 눈에 확 띄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새가 달팽이의 눈자루를 쉽사리 쪼아서 뜯어 먹는다. 이는 흡충이 새의 몸속으로 들어가 다음 단계의 삶을 시작하기 위한 정교하고 잔혹한 생존 전략이다. 이처럼 생물체의 기이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은 모두 과거의 기록들이 적힌 유전자의 영향이자 일종의 예측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 핵심 메시지
생명체의 다양하고 기이한 모습들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와 자연선택의 결과이며, 유전자에 기록된 과거의 정보와 미래에 대한 예측이 구현된 현상이다. 유전자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생명체의 행동과 형태, 심지어 생식 전략까지 지배하며, 생명체는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불멸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증명한다.
- 추천 글
이 책은 생물의 위장, 의태, 기생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진화와 유전자의 경이로운 메커니즘을 쉽고 깊이 있게 탐구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생명체의 숨겨진 이야기와 유전자의 강력한 영향력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지적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특유의 명쾌한 설명과 통찰력은 생명 과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