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18세... 보호종료 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사랑이 메마르지 않고 퍼져 나간다는 믿음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과정을 증명합니다.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

― 스스로의 겨울을 견디며 봄을 일군 청년들의 기록

이름이 아닌 존재로 —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낙인을 넘어

누군가는 그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 부른다. 또 누군가는 ‘열여덟 어른’이라 부른다. 그러나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말 속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사회가 부여한 이름은 보호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동시에 한계를 규정한다.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의 여덟 명의 청년들은 바로 그 경계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보육 시설에서 자랐거나, 폭력과 가난 속에서 도망쳐 들어온 아이들이었다. 만 18세가 되자, 국가는 더 이상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며 등을 떠밀었다. 그 순간, 세상은 이들에게 “이제 너희의 삶은 너희 몫”이라 말했지만, 아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한 청년은 100만 원을 모아 주차장 안의 원룸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또 다른 이는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장이 되었지만, 공과금 납부조차 검색에 의존해야 했다. 이들에게 자립은 선택이 아니라 통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버텼다. 그리고 그 버팀이 서로의 손을 잡는 연대로 바뀌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몽실’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것을 잘 안다.”

이 단호한 한 문장은 그들의 삶 전체를 요약한다. 그들은 ‘결핍의 주인공’이 아니라 ‘변화를 시작한 증언자’다. 이름이 아닌 존재로, 사회가 덧씌운 겨울을 스스로 걷어내며 봄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처를 넘어선 사랑 — 결핍이 성장의 힘이 되다

이 책 속 청년들은 공통된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한창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아이는 겪으면 안 될 상황을 다 겪은 사람처럼 컸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상처가 아니라 생존의 연대기였다. 부모의 폭력, 무관심, 혹은 부재는 삶의 기본 감각을 흔들었다. 그들은 ‘왜 나만 사랑받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품은 채 성장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슬픔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그 상처를 타인을 향한 이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나의 아픔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건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용기가 된다.”

이 한 문장은 그들의 변화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신이 자란 보육 시설의 후배들을 찾아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립을 앞둔 아이들에게 “너에겐 잘못이 없으니 당당히 살아라”라고 말한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타적인 실천을 통해 그들은 사랑을 ‘받는 존재’에서 ‘주는 존재’로 변모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그리고 세상의 편견이 얼마나 가벼운지 깨달았다. 상처는 약점이 아니라,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되었다.

겨울을 견디는 힘 — 고립에서 연대로

겨울은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계절이었다. 보호시설의 벽처럼 차가운 사회, 무심한 시선, 그리고 명절마다 찾아오는 고독. 그러나 이 책의 청년들은 그 겨울을 단지 견디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겨울을 ‘다시 살아내는 법’을 배웠다.

명절이면 갈 곳 없는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시작된 ‘몽실’은 봉사단체이자 공동체이며,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모임을 통해 사회의 무관심을 채워 넣었다. ‘이정표는 될 수 없어도 울타리가 되겠다’는 다짐처럼, 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자리를 찾아 나섰다.

한 멤버는 이렇게 고백한다.

“차 안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피곤한 몸을 이끌며 눈을 감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제 눈에 햇빛이 들어올까 봐 손으로 가려줬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내가 뭐라고,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것은 보상도, 위로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따뜻함이었다. 겨울을 견딘 자만이 아는 봄의 감각이었다.

부모가 되어 알게 된 것들 — 용서와 순환의 철학

이 책은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용서의 서사’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부모를 원망하며 살아온 이들이, 어느 날 자신이 부모가 되어 그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아이가 처음으로 나를 ‘엄마’라고 불렀을 때, 어딘가 고장 났던 것이 고쳐진 느낌이었다.”

“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님을 용서할 수 있었다. 사랑을 줘 보니 내가 받은 사랑이 보였다.”

이 고백은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순환적인지를 보여준다. 상처는 새로운 사랑 속에서 다시 봉합되고, 결핍은 누군가를 품는 행위를 통해 메워진다.

이들은 부모가 되면서 ‘돌봄’의 의미를 다시 배운다. 그것은 단지 자녀에게 음식을 주거나 집을 마련하는 행위가 아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다.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부모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삶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일. 그것은 곧 인간이 성숙해지는 가장 근원적인 길이다. 그들은 “사랑은 메마르지 않고 퍼져 나간다”고 말한다. 이는 이 책의 주제이자, 인류의 오래된 진리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하여 — 연대의 철학과 미래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는 단지 개인의 자립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감각을 회복하자는 요청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사회는 성취와 경쟁을 미덕으로 삼으며, 약한 이들을 향한 시선을 점점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함께 밥을 먹으며 편히 숨 쉬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연대다.”

이 문장에서 ‘몽실’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드러난다. 밥 ‘식(食)’과 쉴 ‘식(息)’. 함께 먹고, 함께 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공존의 방식이다. 그들은 자신이 받은 결핍을 새로운 관계의 토양으로 삼았다.

이제 ‘자립’은 더 이상 혼자의 생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 되었다.

그들은 말한다.

“남들보다 잘나야 멘토 역할을 하는 게 아니야. 너만이 가진 특유의 밝음이 있어.”

이 문장은 경쟁사회에 던지는 대안이다. 잘남이 아니라 ‘진심’이, 완벽함이 아니라 ‘공감’이 타인을 돕는 힘이 된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간은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

서로의 손을 잡을 때, 우리는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는 그 단순한 진실을 가장 진솔하게 증명하는 기록이다.

봄을 맞이한 사람들

다음의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사랑의 존재를 알아야 사랑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나눠 줄 수 있게 된다.”

보호시설이라는 제도적 울타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 고독한 겨울을 지나온 이들이 결국 도달한 곳은 ‘사랑’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혜도, 제도의 보완도 아닌, 인간이 인간을 향해 건네는 따뜻한 온기였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봄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