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손대는 기업마다 큰 성공을 거둬 ‘신의 손’으로 불린 전설의 투자자. 일본 주식 투자금만 4,000억 엔(약 4조 원) 넘게 운용한 무라카미펀드의 창립자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를 가리키는 말이다.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성공한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 가치 실현의 최일선에서 일본 경제와 주식시장의 판을 바꾼 이가 바로 무라카미 요시아키다.

평생 투자자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행동하는 주주의 시대

오늘날 기업들은 '공기(公器)'로서 투명하고 성장성 높은 경영을 통해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주주를 위해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요구가 부담스럽다면 상장을 포기하고 비상장기업이 되거나, 사회 공헌에 집중하는 비영리단체가 되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즉, 상장한다는 것은 기업이 시장과 사회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은 주식회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본시장의 건강한 순환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기업 거버넌스, 기업과 주주 간의 긴장 관계

기업 거버넌스는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건전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하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 근저에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가 직접 하고, 주주의 위탁을 받은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 경영자와 주주가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건전한 투자와 기업의 성장이 담보되며, 주주가 이익을 얻고 이를 사회에 재투자함으로써 경제가 순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상적인 관계가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투자자에게는 ‘땀 흘리지 않고 큰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나 또한 투자자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지가 좋든 나쁘든 사업에는 자금이 필요하고, 자금을 댐으로써 리스크를 짊어지는 존재가 투자자다. (…) 일본은 2015년에 ‘기업 거버넌스 코드(Corporate Governance Code)’를 제정함에 따라 마침내 투자자인 주주와 경영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일본 사회에서 투자자, 즉 주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가 단순히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으로 치부될 때, 기업은 주주의 가치를 등한시하고 경영진의 안일한 판단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자본의 효율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닫힌 문을 두드리는 행동주의 투자자

일부 상장 기업들은 주주를 만나거나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카노 사장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명함을 교환하자마자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은행과 거래처 외에는 주주를 만난 적이 없어. 왜 자네를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주주 따위 만나고 싶지 않네. 나를 보고 싶다면 주주총회에 오면 되지 않나?” 그래도 나는 끈질기게 경영 내용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러나 다카노 사장은 나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내가 왜 자네한테 그런 것을 말해줘야 하지?” 도쿄스타일은 이러해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네 따위에게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군”이라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화는 과거 일본 기업들이 주주를 단순한 자금 제공자로만 인식하고, 그들의 감시와 감독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온 기업일수록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주주 가치 향상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한신’이라는 철도 브랜드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사업해왔으니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벗어나든 말든, 자산 효율이 낮든 말든,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 투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의 경영진과 의견을 교환해보면 상장한 지 오래된 명문 기업일수록 이런 안일한 마음가짐이 뿌리내린 경우가 많았다.

이는 기업 내부의 안일한 마음가짐이 결국 기업 가치를 저해하고 자본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됨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며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행동주의 투자가 이끄는 시장의 변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종종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ISS의 로버트 몽스는 기득 권익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KKR의 헨리 크래비스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렸고 그를 야유하는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공적을 높게 평가한다. 내 생각에 미국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일본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이들 같은 존재가 시장을 상대로 행동에 나서서 기업 거버넌스가 좋은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 거버넌스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경영진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경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한다.

기업 가치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수긍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하면 나는 다음 단계로 세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M&A 등 사업 투자를 검토하고 중기 경영 계획 등에 포함한 뒤 확실히 정보를 공개할 것. 둘째, 향후 수년 안에 유효한 사업 투자가 기대되지 않으면 배당, 자사주 취득 등으로 주주환원을 실시할 것. 셋째, 두 가지 모두 실시하고 싶지 않다면 MBO 등을 통해 상장을 폐지할 것.

이러한 제안들은 기업이 보유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성장을 추구하거나, 투자 기회가 없다면 주주에게 환원하여 자본의 재분배를 촉진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기업 내부의 현금 유보가 단순히 안전장치가 아니라, 잠재적인 성장 기회를 놓치거나 자본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단호한 태도를 취하며 기업의 변화를 압박한다.

나는 다카노 사장에게 무엇을 위해 내부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잉여 자금 사용에 대한 상장기업의 자세와 내부 유보금의 바람직한 형태를 길게 설명했다. 그러자 이토 회장은 또 화를 냈다. “자네, 이렇게까지 자리를 마련해줬는데 내 얼굴에 먹칠할 생각인가!” 그러나 펀드 책임자로서 독단으로 주주 제안을 철회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에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회장님,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엇을 위해서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지 설명은 들어야겠습니다.“ “당장 나가게.” “이렇게 힘을 써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눈앞에 준비되어 있었던 점심 식사를 건드릴 틈도 없이 이토 회장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이날을 기점으로 위임장 대결에 매진하겠다는 결의를 굳혔다.

이러한 충돌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 싸움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주주가 곧 기업의 주인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기업이 그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압력을 가한다.

자금 순환을 통한 경제 활성화

궁극적으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바는 단순히 단기적인 이익 실현을 넘어선다. 그들의 목표는 자본 시장의 건전한 자금 순환을 촉진하여 경제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자금 순환을 촉진하는 계기는 먼저 기업이 기업 거버넌스 코드에 따라 투자와 주주환원을 실시해 보유 자금을 내보내는 가운데 남은 자금과 은행 차입으로 마련한 자금을 급여 인상 또는 신규 고용에 적극 사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환원을 받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급여가 오르거나 새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돈을 쓰게 된다. 이렇게 해서 경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개인도 은행에 저금하는 대신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긴다.

기업이 쌓아둔 자금을 투자나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급여 인상이나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면서 개인의 소비를 촉진하고 새로운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금의 효율적인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 흐름을 방해하는 정체를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핵심 메시지

기업은 단순히 경영진의 소유물이 아니라 주주의 것이며, 상장은 기업이 투명하고 성장 중심의 경영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책임을 수반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이러한 책임을 상기시키고, 기업의 효율적인 자금 활용과 주주 환원을 촉진하여 자본 시장의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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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기업가,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투자가 제대로 대우받기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주식회사와 자본 시장의 본질적인 역할, 그리고 행동주의 투자자의 필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귀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