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부산 바다 커피

저   자
박수정 외
출판사
미디어줌
출판일
2022년 07월
서   재







  • 임시수도 시절 ‘다방의 도시’로 불렸던 부산! 커피콩이 가득한 항만, 밀다원의 낭만이 남아있는 바다의 도시 부산 속 곳곳에 위치한 개성과 풍미가 흐르는 부산 커피의 세계를 탐험해봅니다.



    부산 바다 커피


    Intro

    획회의에서 나는 ‘부산일보’의 기사 하나를 소개했다.


    “최근 ‘부산 커피’의 전국적 인기는 한때 유행만은 아니다. 가장 신선한 생두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오랜 역사까지 갖춘 저력에서 오늘의 부산 커피가 나왔다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초량왜관과 부산항을 통해 일반인에게 퍼지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피란시절과 밀다원 시대, ‘가비방’과 ‘마리포사’ 시대를 거쳐 최근 스페셜티 커피로 전국적 인기를 얻기까지 부산은 오랜 기간 커피 도시 명성을 쌓았다고 항변한다.”


    ‘부산의 커피’를 취재하는 일은 갈수록 흥미를 더했다. 카페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내어주고, 그 시간은 커피 향기로 더 풍성해진다. 부산의 카페는 여기에 바다가 더해진다.



    최초의 커피를 맛보다

    원두 가루가 동동, 터키식 커피

    ‘터키식’ 커피라니. 커피가 이슬람문화에서 먼저 사랑받았다는 이야기를 읽긴 했지만, 왠지 터키와 커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궁금함을 가지고 들어선 카페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진하게 드릴까요, 연하게 드릴까요?”


    에스프레소냐, 아메리카노냐 묻는 것일까. 과연 진하게 만드는지 연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 가까이 가보니, 주문을 받는 카운터 옆에 모래 담긴 가마가 있다. 바리스타는 길쭉한 자루가 달린 컵 모양 냄비인 체즈베에 곱게 간 원두와 물을 부은 후, 자루를 쥐고 냄비를 모래 위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체즈베는 터키식 커피 추출 도구다.


    ‘모래찜질로 원두가 우러날까’ 의문이 드는 찰나 찰랑거리는 커피에서 한 가닥 실처럼 가는 김이 피어올랐다.


    커피 잔 가까이 입김을 불자 고운 원두 가루가 밀려 커피 잔 안을 돌고 돈다, 표면을 덮듯 카펫처럼 떠 있던 원두 가루는 한 모금 마신 만큼 사라지고, 이내 검은 바다 같은 색깔의 커피가 모습을 드러낸다. 원두와 함께 우러난 사탕수수의 달콤한 맛에 눈이 번쩍 떠진다.


    최초의 커피

    커피는 서기 600∼700년경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처음에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즐겼다. 어느 곳에서는 커피 열매로 술을 빚어 먹었다고도 한다.


    1500년대 초반, 커피가 터키에 전해졌을 때 ‘달임’ 방식이 사용되었다. 커피콩을 볶아 빻은 다음 체즈베에 달여 마치는 터키식 커피, 이 커피가 지금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가장 비슷한 형태를 띤 최초의 커피라 볼 수 있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추출방식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수피교도들은 밤 기도 시간에 졸지 않으려 커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건만 한때 터키의 황제는 커피를 금지하기도 했다. ‘사악한 음료’에 빠져 쾌락을 일삼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교와 오락을 함께 즐기는 커피하우스 유행을 막으려한 것이다. 처음에는 태형으로 다스리고, 그 다음에 또 발각되면 가죽자루에 넣어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억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였고, 커피는 더 퍼져나가 사람들은 집집마다 체즈베를 두고 커피를 즐기게 되었다.


    가배차 맛 어떠시오?

    커피는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부산항으로도 전해졌다. 1879년 부산항이 개항하고 1883년 부산해관이 들어서면서 영국인 또는 미국인 해관장이 커피를 들여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반도에서 커피는 갑배차, 갑비차, 가배차, 가비차 등으로 불렸다.


    눈이 파란 이방인들은 도대체 왜 저 새카만 구정물을 마실까 생각하다가, 한 잔을 마시는 동안 그 맛과 향의 매력에 슬며시 빠져들었을 것이다. 숭늉보다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맴돌아 괜히 입맛 한번 슬쩍 다시면서.



    커피의 바다, 변화의 물결

    커피 맛이 달라요

    부산의 해안가 카페들은 동해의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아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특히 기장 일광의 카페들은 그 풍광으로 유명하다. 기장 카페 취재를 마무리할 즈음 진 작가와 카페, ‘헤이든’을 찾았다.


    나는 바리스타에게 평소 손님에게 제공되는 방식과 다른 핸드드립을 부탁했다. 커피에 부은 물이 내려가는 동안 바리스타는 티스푼으로 원두 가루를 한 번 저었다. 이건 처음 보는 드립 방식이었다. 바리스타는 이 역시도 핸드드립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해주었다.


    ‘끓는 물이 커피와 잘 섞이도록 숟가락으로 가끔 저어야 합니다’라고 1931년 ‘매일신보’ 기사에 소개된 ‘브라질식 커피’ 추출법과 비슷하다. 커피가 다 내려지고 마셔보았다. 향도 맛도 꽤 진했다.


    “제가 해봐도 돼요?”


    두 사람이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내 상상 속에서 어느새 이들 간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아마추어 진 작가와 전문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대결이다. 일단 향은 합격이다. 바리스타의 커피향과 미묘하게 다른 듯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한 모금 마셔본 맛은, 조금 놀라웠다. 바리스타가 내린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어떤 커피가 더 맛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원두에, 다른 모든 조건이 같아도 핸드드립을 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중요했다.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핸드드립은 배수를 얼마나 잘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세하게 다른 원두 입자들 사이를 물이 통과해 지나가면서 원두 본연의 향미를 잘 뽑아내야 하는데, 물의 양이나 온도, 속도에 따라 커피 맛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시대와 함께 변해온 커피문화

    저 멀리 따뜻한 나라에서 시작된 커피향이 현재 우리 삶에 스며들기까지 세 번의 거대한 물결이 있었다. 첫 번째 물결은 인스턴트 커피이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간편하고 저렴한 커피는 손쉽게 시장을 점령했다.


    이 첫 번째 물결을 타고 다방이 성행했다면, 두 번째 물결을 주도한 것은 ‘스타벅스’였다. 1999년 한국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는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커피 대신 원산지와 제조일을 알 수 있는 신선한 커피와 거기서 파생된 다양한 메뉴를 제공했다. 다방에서 벗어나 카페라는 공간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부산에는 스타벅스가 발을 딛기 전부터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로 인기를 끈 커피 전문점이 있었다. 1980년∼1990년대 부산에서 47호점까지 생겨난 ‘가비방’과 서면 상권의 중심역할을 했던 ‘마리포사’이다. 기존 다방과 달리 커피 메뉴가 다양하고 커피 관련 교육과 세미나도 열었던 커피전문점의 존재는 당시 부산의 커피문화가 앞서갔음을 보여준다.


    커피와 카페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부산은 이제 ‘스페셜티 커피’라는 제3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스페셜티커피협회의 커핑 기준으로 향미, 풍미, 신맛, 바디감, 여운 등의 점수를 매겨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고품질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한다. 커핑은 커피의 향과 맛의 특성을 평가할 때 쓰는 방법으로 이런 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커피 감별사를 커퍼(Cupper)라고 한다.


    좁게는 생두가 자란 환경을 포함한 향미 좋은 커피를, 넓게는 농부의 손을 거쳐 수확되고 유통되어 재가공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는 커피를 통칭하여 스페셜티 커피라 부를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는 인스턴트 커피나 프랜차이즈 커피의 천편일률적인 맛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커피 맛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꾸준히 노력해온 지역 로스터리들이 있다. 현지에서 질 좋은 생두를 직접 공수하는 부산지역 로스터들의 노력과 그들 각각의 개성이 밴 다양한 맛의 커피가 있어 스페셜티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뷰 맛집 해안가 카페

    어촌마을 해안가 풍경이 바뀌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항만 물류, 크고 작은 포구의 어업, 바다를 콘텐츠로 하는 관광 상품들…. 그래서인지 내 시각의 프레임에도 늘 바다가 담겨 있다. 내가 부산에 살아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바다의 도시’답게 부산은 해안로가 매우 길다. 시원하게 펼쳐진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포구와 대가 많아 그 길이를 다 이어 계산하면 약 280km나 된다. 해안로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경치가 좋은 바닷가에는 음식점과 상점들이 들어섰다. 커피 소비가 날로 늘며 전국적으로 카페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기장의 카페는 해안문화의 현대적 이미지를 대표한다. 기장 일대의 해안가는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이었던 곳이 많았다.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안가 곳곳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기장면 시랑리에는 공수포가 있다. 이곳에서 장안읍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길이가 40.7km에 이르는데,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그리고 시랑리 근처에 연화리가 있다. 신암마을과 서암마을을 합친 포구마을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는 ‘멸치 축제’와 전복죽 등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 대변항이 있다.


    일광에는 이른바 ‘뷰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들이 많은데, 이곳들은 대형 카페로 거점화되는 특징이 있다. 일광의 어느 카페는 건축 당시 카페 건물에 비해 상당히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였다. 카페를 오픈하자 카페 대표의 혜안을 증명이라도 하듯 러시타임에는 주차장이 꽉 차다 못해 일대의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카페로 들어오는 차량이 길게 이어졌다.


    부산의 해안에는 카페가 있다

    입지환경의 장점을 살린 건축카페가 해안가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개인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의 홍보 효과가 크다. 자가용이 없는 젊은 커플은 렌트카를 이용하여 카페와 인근을 찾는다고 한다.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라면 소비에도 적극적인 세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이런 소비 행태는 해안가의 카페와 상권이 흥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장 일대만이 아니다. 다대포 등 서부산 지역과 영도에도 카페가 많다. 바다의 도시 부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함께 즐기는 해안가 카페가 부산과 바다, 그리고 커피라는 이미지를 한 데 묶고 있다.



    우리 동네 카페 이야기

    카페가 들어선 골목길 풍경

    비 오는 날 해운대에는 비릿한 바다 냄새가 풍긴다. 평소에 바다는 존재감이 없지만 이렇게 유독 강렬한 향기를 풍길 때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 비릿한 냄새에 한층 더 우중충하던 어느 날, 퇴근길, 새로 생긴 동네 카페에 들렀다. 평범한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동네의 첫 번째 카페였다.


    그즈음 옛 해운대 기차역 뒷골목에는 하루가 다르게 아기자기한 카페가 생겨났는데, 낡은 주택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다.


    광안동은 오래전 시장이 있었지만, 상권이 거의 죽어버린 조용한 동네다. 그런데 최근, 이 동네에서도 상상력이 뛰어난 젊은 상인들이 나타났다. 낡은 시장 분위기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꾸민 ‘타타에스프레소바’와 유기능 빵집 ‘럭키베이커리’의 등장. 이들을 시작으로 문 닫았던 점포들이 꽃집, 술집, 옷집, 심지어는 샐러드 가게, 와인 가게로 변모했다. 그러자 조용했던 골목길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거리도 한층 밝아졌다.


    커피 향 따라 복작복작

    부산에는 이렇게 다시 태어난 곳이 몇 군데 있다. 공구상과 전파상이 몰려 있던 서면 뒤쪽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었는데, 요즘은 전포동 카페 거리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방울공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신기산업’은 영도의 오랜 공장들을 카페로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되었다. 영도의 조선소 공업단지에는 폐창고의 널찍한 공간을 활용한 복합 문화공간 ‘무명일기’가 있으며, 비어있던 제강공장을 개조한 수영의 ‘F1963’에는 유명 카페가 입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영도 봉래동에 물류창고를 개조한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가 들어왔다. 어둡고 사람이 다니지 않던 항구의 거리가 카페 불빛으로 환해졌다. 상권이 죽고 사람들이 떠나간 골목에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찾아와 둥지를 틀면서 다시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커피에서 비롯된 열정이 잠든 동네를 깨우고,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풍경이다.


    지역상권 보호와 발전을 위해 국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걸 보니 다시 한 번 꿈꿔봐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상권이 살아나기를. 사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이곳에 놀러오는 사람도 즐거운 동네가 되기를.



    Outro

    ‘탐식수필’의 저자 정상원 셰프는 나라별 커피문화가 달라 ‘커피 한잔하자’라는 말도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 한잔하자고 하면 상대와 어떤 시간을 보낼지 먼저 생각하는데, 이탈리아의 경우 커피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프랑스에서는 인문학의 요람이 된 카페라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며, 영국은 티타임을 갖듯 커피를 마시며 갖는 휴식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짧은 시간 ‘부산 바다 커피’를 위한 취재 과정에서 다양한 커피인들을 만났다. 부산의 카페와 커피인은 저마다 나름의 역사가 있었고, 커피를 대하는 자세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제 ‘부산에서 커피 한잔하자’ 하면, 시원한 바다를 넘어서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진심과, ‘더 개성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커피인들의 열정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커피를 내린 후 행복은 마시는 사람의 몫’이라던 오랜 경력을 가진 바리스타의 말처럼, 저자와 출판사, 인쇄소를 거친 책은 독자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 한 잔 커피로 고단한 하루를 위한 삼듯 한 권의 좋은 책을 통해 독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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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