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 문법 편

저   자
엄민용 (지은이)
출판사
EBS BOOKS
출판일
2023년 08월
서   재







  • 우리는 과연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고 있을까요? ‘우리말 달인’ 엄민용이 전하는 어른들을 위한 우리말, 우리 문법 공부를 통해, 정확한 표현력과 문법으로 우리말을 쓰도록 안내해드립니다.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문법 편


    말법을 알아야 우리말 달인이 될 수 있다

    보조개는 패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문법을 몰라서 반복적으로 잘못 쓰는 말에는 쓸데없이 ‘이’를 끼워 넣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게 진짜 엄청 무지 아주 많죠.


    ‘보조개가 패인 모습이 귀엽다’거나 ‘이번 홍수로 도로 곳곳이 움푹 패였다’의 ‘패이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패이다’가 왜 틀린 말인지 알려면 우선 한글맞춤법 제 37항에서 밝히고 있는 “‘ㅏㅕㅗㅜㅡ’로 끝난 어간에 ‘-이’가 와서 ‘ㅐㅖㅚㅟㅢ’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는 규정부터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은 몰라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규정들은 괜히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사람들이 우리말의 문법을 어렵게 생각하게끔 만들거든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저도 그런 규정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한번 처억~ 보면 ‘에구~ 요거 잘못 썼네’ 하는 느낌은 화악~ 다가옵니다. 여러분도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말 고수가 될 수 있거든요. 이제부터 그 느낌적 느낌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먼저 ‘패인’을 보자고요. 이 말을 풀어놓으면 ‘파이인’이 되는데, ‘파이인 땅’?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지는 않죠? ‘패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패)이었(였)다? 너무 이상합니다.


    ‘파다’에 사동 또는 피동 접사 ‘이’를 더한 말이 ‘파이다’이고, 이를 줄인 말이 ‘패다’입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또다시 사동 또는 피동 접사 ‘이’를 한 번 더 집어넣어 잘못 쓰는 말이 ‘패이다’인 거죠. 따라서 ‘패인’은 ‘파인’이나 ‘팬’으로, ‘패였다’는 ‘파였다’나 ‘패였다’로 써야 합니다. 사동 접사나 피동 접사를 두 번 겹쳐 쓰지 말고 한 번만 쓰는 거죠.


    설레이는 마음은 없다

    쓸데없이 피동 접사 ‘이’를 집어넣어 이상한 말 꼴을 만들어 쓰는 낱말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설레이다’일 겁니다.


    “그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가슴은 방망이질 쳤다”라거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라는 표현들을 많이 쓰시죠? 아이스크림 이름으로도 ‘설레임’이 있고요. 하지만 ‘설레임’ ‘설레인’ 따위 역시 쓸데없이 피동 접사 ‘이’를 집어넣은 겁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발개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일으킨 감정입니다.


    즉 설레는 것은 내가 그러한 것이지, 남이 나에게 설레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는 곧 피동 접사 ‘이’를 끼워 넣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의 자동사는 ‘설레다’입니다. 따라서 ‘설레임’은 ‘설렘’으로 ‘설레이는’는 ‘설레는’, ‘설레여서’는 ‘설레어서’로, ‘설레이고’는 ‘설레고’ 등으로 써야 합니다.


    참, 한글맞춤법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설렜다’ 밑에 붉은 줄이 그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설렜다’가 틀린 표기인 것처럼요. 하지만 아닙니다. 맞는 표기입니다. 한글맞춤법 검색기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아니, 완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맞춤법 검색기는 참고용으로 활용해야지 전적으로 믿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깨끗이 쓸고 꼼꼼히 닦자

    ‘쓸쓸히’ ‘깊숙히’ ‘깨끗히’ ‘꼼꼼히’ ‘곰곰히’ ‘일일히’ ‘낱낱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말일까요? 잘 모르시겠죠?


    사실 부사를 만드는 말 ‘이’와 ‘히’를 제대로 구분해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할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국어사전마다 표준어가 달리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분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네 가지 정도만 알면 ‘이’와 ‘히’를 99%는 정확히 구분해 쓸 수 있습니다.


    우선 ‘이’나 ‘히’ 자리에 ‘-하다’를 넣어 말이 되면 ‘히’로 쓴다는 점은 많은 분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 대개는 그것만으로 족합니다. ‘쓸쓸히’ ‘급급히’ ‘당당히’ ‘꼼꼼히’ 따위가 그런 것들이죠. 그러나 ‘-하다’가 붙어 말이 되더라도 앞말의 받침이 ‘ㅅ’이면 ‘히’로 쓰면 안 됩니다. 이때는 무조건 ‘이’를 붙여야 합니다. ‘깨끗하다’가 말이 되지만, 앞에 ‘ㅅ’ 받침이 있으니까 ‘깨끗이’로 써야 한다는 말씀!


    돈에 급급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지금부터 하는 얘기, 귀 쫑긋 세우고 들어 보세요. 아주 중요한 얘기거든요. 그리고 이런 내용은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배울 수 없을 겁니다. 이런거 알려 주는 책이 별로 없거든요. 한마디로 말해서 금쪽같은 내용입니다.


    “덮어두기에 급급하는 검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자기합리화에만 급급한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어…” 등의 말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들 문장 속의 ‘급급하는’이나 ‘급급한다는’은 우리 말법에 어긋난 말입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쓰는데 왜 그러냐고요? 그것은 ‘급급하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용사는 어간에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등의 활용어미가 붙을 수 없거든요. 이는 우리말법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형용사 ‘기쁘다’를 활용해 ‘기쁘는’이라고 쓸 수 있나요? 없죠? 또 ‘기쁜다는’요? 이렇게도 안 씁니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등은 동사에만 붙는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동사 ‘가다’에 이들을 붙여 볼게요. ‘간다고’ ‘간다는’ ‘간다며’…. 어때요? 자연스럽죠?


    그렇다면 형용사에는 어떤 어미가 붙을까요? 우선 관형형의 경우 받침이 없을 때는 그냥 ‘ㄴ’만, 받침이 있을 때는 ‘은’이 붙습니다. ‘슬프다’가 ‘슬픈’이 되고, ‘높다’가 ‘높은’이 되는 거죠. 그리고 동사에 붙는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따위는 형용사에선 그냥 ‘다고’ ‘다는’ ‘다며’ 꼴로 붙습니다. ‘높다고’ ‘높다는’ ‘높다며’ 등처럼 말입니다.


    산성비에 머리가 벗겨지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 알려진 우리말 상식도 많지만, 잘못 알려진 일반 상식은 더 많습니다. 거짓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얘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일은 절대 없습니다. 만약 산성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비가 오는 날에는 정부가 ‘재난 경보’를 내리고 모든 사람의 외출을 막고 나설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전 국민이 대머리가 될 위기인데, 그정도면 국가 재난 상태죠. 안 그렇습니까?


    대기오염물질에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있습니다. 이것이 수증기와 만나 질산이나 황산으로 변한 뒤 비에 흡수돼 내리는 것이 산성비죠. 하지만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의 수소이온농도는 아주 심해도 4.4~4.9에 불과합니다. 반면 우리가 평소에 쓰는 샴푸는 pH3 정도로 산도가 산성비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즉 산성비가 탈모를 일으킨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샴푸를 사용하는 사람은 진즉 대머리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산성비를 굳이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것으로 걱정할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요, 보통 대머리인 사람을 두고 ‘머리가 벗겨졌다’고 하는데 ‘머리가 벗겨지다’는 아주 최근까지도 바른말이 아니었습니다. ‘벗겨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외부의 힘’에 의해 떼어지거나 떨어지다”를 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탈모는 누가 머리카락을 뽑은 탓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빠져서 생긴 일입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은 ‘벗어지다’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 팔리고 있는 책이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는 우리말 칼럼에는 ‘머리가 벗겨지면 큰일 난다’는 내용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그런 글을 쓴 적이 있고요. 하지만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벗겨지다’의 여러 뜻풀이 중 하나가 “머리털이 빠져 맨살이 드러나게 되다”이고, 사용례로 ‘벗겨진 이마’와 ‘머리가 벗겨지다’가 올라 있습니다. ‘벗어지다’의 뜻풀이와 똑같습니다. 사람들이 ‘벗어진 이마’보다 ‘벗겨진 이마’를 더 널리 쓰는 점을 살펴 국립국어원이 ‘벗겨지다’를 ‘벗어지다’와 같은 말로 삼은 것이죠.


    우리말은 이렇습니다. 문법도 중요하지만, 어떤 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더러는 그런 쓰임이 기존의 문법을 이기기도 합니다. 당연히 표준어는 늘 바뀝니다. 따라서 진정한 우리말 고수가 되려면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규정 공부뿐만 아니라 ‘생활국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법이 있어서 말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 문법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버려야 할 일본말 찌꺼기, 품어야 할 일본식 우리말

    군대 속 일본어 잔재들

    남자들이 들려주는 얘기 가운데 여자들이 정말 듣기 싫어하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를 한 얘기요. 그만큼 남자들은 군생활을 하는 동안 겪은 일을 얘기하기 좋아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모두 군대를 가야 하는 까닭에 군대 얘기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 빠지지 않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고참’이죠. “나이도 어린 고참에게 엄청 시달렸다”라거나 “고참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켰지만, 그것들을 다 해냈다”라는 식의 ‘무용담’을 늘어놓곤 합니다.


    또 ‘고참’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참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따위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흔히 쓰이는 ‘고참’은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도 ‘고참’을 ‘선임’ 혹은 ‘선임자’로 순화해 쓰라고 권했지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말을 못 쓰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네 한자말을 퍼뜨렸죠.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 속 용어들까지 일본식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광복과 함께 군대 조직을 급히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만주군관학교나 일본 육군사관학교출신들을 요직에 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군대용어는 일본식 한자말투성입니다. 이제는 일상용어로도 쓰이는 ‘약진’이나 ‘포복’은 물론이고 군대 하면 떠오르는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등이 모두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 근대화 물결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물질문명의 언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니 근‧현대어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철학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을 수 없는 말들도 대개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쓴 말이죠. 그런 말을 죄다 쓰지 못하게 하고 순 우리말로 쓰자고 하는 것은 언어의 사회성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일본식 한자말은 안 되고, 중국식 한자말은 된다는 사고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도 ‘약진’ ‘포복’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등을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 말은 우리 국어라는 얘기죠.


    하지만 군대에서 여전히 많이 쓰이고, 이 때문에 일반인 대부분이 표준어로 알고 있는 군대용어 가운데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일본식 한자말도 많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환복’을 해서 ‘관물대’에 넣고 ‘총기 수입’부터 한다”라는 표현에서 보이는 ‘환복’ ‘관물대’ ‘총기 수입’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들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특히 관물대의 경우 관물(官物: 관청 소유의 물건)을 놓아두는 대()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현실과도 많이 동떨어집니다. 현재 군인들이 ‘관물대’에 두는 물건들 중에는 아주 사적인 물건도 많습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더 이상 ‘관물대’로 부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개인 보관함’입니다.


    ‘총기 수입’의 ‘수입’은 “손을 들인다”, 즉 “손질을 한다”는 의미의 일본말 ‘데이레’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총기 수입’ 대신 ‘병기 손질’로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군대용어에는 ‘점호’와 ‘요대’ 등 일본식 한자말이 무척 많습니다. 여기에는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순화해서 우리말식으로 고쳐 쓸 수 있는 것 역시 많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환복’을 해서 ‘관물대’에 넣고 ‘총기 수입’부터 한다”를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어 개인 보관함에 넣고 병기 손질부터 한다”로 고쳐 쓸 수 있듯이 말입니다.


    국방부에서 군대용어를 두루 살펴서 일본어의 잔재들을 걷어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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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