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명지도와 공민왕 어필

저   자
박혜자
출판사
호밀밭
출판일
2023년 01월
서   재







  • 오래전만 하더라도 바다였던 부산 강서 지역, 땅이 넓은 만큼 사연도 많답니다. 그 사연들이 여러 흔적과 함께 이야기로 전해져 왔습니다. ‘부산 강서구 설화’ 8편을 소개합니다.



    명지도와 공민왕 어필


    장님과 앉은뱅이 형제 - 신명 마을 이야기

    신명고을에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는 부부가 있었어. 부부는 새벽 일찍 일어나 정화수를 떠 놓고 신령님께 기도를 올렸지. 부부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던지 신령님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어.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 차던 날, 부인에게 태기가 있었어.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날, 부인은 예쁜 남자 아기를 낳았어. 부부는 높은 산으로 올라가 가장 깨끗한 물을 떠 놓고 신령님께 감사를 올렸어.


    그런데 첫돌이 지났는데도 아기는 걸을 생각은커녕 앉을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부부는 걱정하지 않았어. 아기는 눈에 보이는 것은 그림을 그려내듯 설명을 잘했어. 참으로 신통했지.


    “신통도 해라.” 그래서 이름을 신통이라고 지었어.


    연이어 둘째 아이를 낳았어. 둘째는 보지는 못했지만 힘은 장사였어. 힘센 장정 두 명이 드는 바위도 거뜬히 들어 올렸지. 손재주는 얼마나 좋은지 설명만 해주면 직접 본 것처럼 멋지게 만들어냈지.


    “방통도 해라.” 그래서 이름을 방통이라고 지었어.


    신통이와 방통이는 둘이 함께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었어. 둘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며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살았어.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신통이와 방통이만 남았어. 신통이와 방통이는 세상 구경을 떠나기로 했어. 힘 좋은 방통이가 신통이를 업었어. 신통이가 본 것을 그림처럼 설명하면 방통이는 풍경을 머리에 그려 감상했지.


    사람들은 형제를 불쌍하게 여겼지만 형제는 자신들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어. 당당했지. 그러다 재 너머 고을의 사또 부임 행차 소문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


    “형! 구경 가자!”

    “좋아, 가자!”


    잔치가 열리는 고을을 향해 길을 떠났어. 산이 제법 높았지만 방통이는 잘도 걸었지.


    “두 걸음 앞에 너른 바위가 있어. 쉬었다 가자.”

    “그럴까.”


    신통이와 방통이는 바위에서 땀을 식혔어. 그때 계곡 바로 위쪽에 옹달샘이 보이는 거야. 신통이가 손바닥에 물을 담아 방통이의 입에 부어주려는 순간이었어.


    “저, 저게 뭐야!”

    “형,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금덩이야.”

    “뭐? 금덩이라고? 어, 얼마나 커?”


    방통이의 말에 신통이는 대답하지 않았어. 엉큼한 생각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기 때문이었지. 방통이는 또 방통이대로 엉큼한 욕심이 생겼지.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어.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뜻이야. 금덩이를 보니 욕심이 생긴단 말이야.


    ‘내, 내가 미쳤지. 어떻게 나쁜 생각을 할 수 있어. 동생은 금덩이보다 훨씬 더 소중한데.’


    신통이는 도리질을 두 번 치고는 금방 정신을 차렸어. 방통이도 금방 욕심을 버리고 정신을 차렸지.


    “형, 우리 금덩이 가지지 말자.”

    “그래, 가지지 말자. 저건 금덩이가 아니라 돌덩이야.”


    형제는 물만 마시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떴어.


    후다다다닥~


    노루 한 마리가 번개처럼 형제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떡갈나무 뒤에 숨었어. 그 뒤를 사냥꾼이 헐떡거리며 달려왔지. 사냥꾼은 인상이 포악한 데다 말투도 사나웠어. 신통이는 노루가 사냥꾼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했어. 그래서 살려주고 싶었단다.


    “도망간 노루 대신 옹달샘에 가서 금덩이나 가져가세요.”

    “금덩이라고?”


    사냥꾼은 신통이가 가르쳐 준 옹달샘을 향해 달려갔어. 옹달샘 주위를 샅샅이 뒤졌어. 그런데 금덩이는 보이지 않고 뱀 한 마리가 스르르 기어 나오더니 사냥꾼을 덮치려고 하는 거야. 사냥꾼은 뱀을 향해 번개처럼 총을 쏘았지. 총은 뱀의 몸통에 명중했고 두 동강 났어.


    형제는 사냥꾼이 죽였다는 뱀을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다시 옹달샘으로 갔지. 그런데 뱀은 보이지 않고 금덩이가 두 쪽으로 쫙 쪼개져 있는 거야. 형제는 금덩이 하나씩을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신나게 산을 내려갔단다.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였어.


    “절을 지으려 합니다. 시주 좀 하시지요.”


    스님이 형제 앞을 가로막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지 뭐야. 공짜로 생긴 금이니 욕심내지 말자며 하나를 시주했어. 형제는 남은 금덩이 하나를 팔아서 기와집을 짓고 음식을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자기들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모두 불러 대접을 했어.


    형제는 기분이 좋았어. 신통이는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엉덩이춤을 추고 방통이는 서서 신나게 춤을 추었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엉덩이를 들썩이던 신통이가 쪼그리고 앉아 엉거주춤 서더니 두 다리로 똑바로 서는 거야.


    “혀, 형! 형이 섰어! 설 수 있어!”

    “너! 볼 수 있어? 내, 내가 서 있는 게 보여?”

    “혀, 형이 보여! 형이 서 있는 게 보여!”


    신통이와 방통이는 서로 끌어안고 폴짝폴짝 뛰었지.


    형제가 시주한 금덩이로 절을 지은 스님은 형제를 위해서 날마다 불공을 드렸대. 부처님이 형제를 어여삐 여겨 앞도 보이게 하고 설 수도 있게 해 주신 거지. 형제는 반쪽이 아닌 완전한 한쪽이 되어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았대.



    명지도와 공민왕 어필 - 명지 마을 이야기

    “폐, 폐하! 어, 어서! 피하시옵소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내관이 달려오며 소리쳤어. 공민왕이 깊은 신음을 토했어. 왜구가 백성들을 무참히 죽이고 약탈을 일삼자 애를 먹고 있는데 홍건적이 쳐들어온 거야. 공민왕은 기가 막혔지. 공민왕은 통곡을 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왕비 노국대장공주의 가슴은 무너졌지.


    신하들의 권유로 공민왕은 궁궐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어.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또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강물이 흐르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걸음을 멈췄어. 지금의 안동인 복주였지. 복주 남문 밖에는 강물에 누각이 비치는 영호루가 있었어. 영호루가 담긴 모습은 고즈넉하고 포근해서 공민왕의 마음을 평화롭게 했대.


    “우리 백성들의 삶도 저리 평화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전쟁이 끝나 개경의 궁으로 돌아간 공민왕은 영호루의 아름다운 풍경과 누각 밑 강물에 배를 띄우던 때를 생각하며 현판에 ‘영호루’라는 세 글자를 적었어. 금자현판이었지.


    “복주관아로 보내 누각에 달도록 하라.”


    세월이 흐르고 흐르던 어느 날이었어. 해 질 무렵 내리던 비는 다음 날이 되어도 멈추질 않았지. 강물은 불어 논밭을 삼키고 마당까지 들어오더니 급기야 방안까지 들어왔어. 불어나는 강물에 집이 둥둥 떠내려가고 지붕에 올라탄 소와 돼지, 닭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지.


    “임금님의 금자현판을 지켜야 해.”


    복주판관은 현판을 찾으러 물이 불어난 강가로 뛰었어. 그러나 강물이 현판뿐만 아니라 누각을 통째로 휩쓸고 가버린 후였어. 현판은 강물을 따라 흘러 흘러갔어. 그러다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물살에 휩쓸려 모래톱에 곤두박질쳤단다. 그 위로 모래가 덮이고 물살이 또 모래를 덮었어. 금자현판은 모래톱에 묻혀 오랫동안 잠을 잤어.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따뜻한 햇살이 모래톱을 비추는 날이었어. 낡은 나룻배 한 척이 넓은 모래톱으로 들어왔지.


    “땔감 걱정 없이 군불 팍팍 땔 수 있겠다. 부지런히 고기 잡으면 굶지 않겠다. 이만하면 살 만하지. 자, 여기가 우리가 살 곳이다.”


    꽃님이 아버지는 넓은 모래톱에 배를 댔어. 모래톱은 바다라고 하기도 강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곳에 있었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이었거든.


    모래톱 갈대밭에 마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어.


    윙윙~ 웅웅~ 둥두두둥~


    모래톱 마을에 우렛소리 같기도 하고 종소리 같기도 했고 북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났어.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잔뜩 긴장을 했어. 소리가 나면 크게 가뭄이 나거나 큰바람이 불었거든.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집으로 오셔야 해요. 아셨죠?”


    꽃님이 어머니의 신신당부에 꽃님이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어.


    “귀를 크게 열어놓고 소리가 나는지 어떤지 살필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아버지, 고기 많이 잡아서 제 꽃신 꼭 사 주세요.”

    “그래, 그래 알았다. 점순이보다 더 예쁜 꽃신을 사 주마.”


    꽃님이 아버지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보던 바로 그때였어. 하늘에서 밝은 빛이 내려오더니 갈대숲을 비추는 거야. 꽃님이 아버지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했어. 하늘에서 비추는 신성한 빛이 예사롭지 않았거든.


    세 사람은 빛이 비치고 있는 곳으로 갔어. 그러고는 모래를 파헤쳤지. 그러자 그 속에서 금색으로 ‘영호루’라고 적힌 길고 넓은 나무판이 나왔어.


    “아, 아니. 이것은 영호루의 금자현판이 아닌가?”


    고을 원님은 금방 금자현판을 알아보았어. 오래전에 홍수가 나서 영호루의 금자현판이 떠내려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지.


    말을 탄 병사가 복주관아로 달려갔어. 그 뒤에 금자현판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따랐지.


    금자현판은 유실되어 재건된 영호루에 다시 걸렸어. 영호루에 걸린 금자현판은 늦은 밤이면 모래밭에서 들었던 새 소리와 바닷소리를 떠올리며 휘이요, 회리릭, 쏴아악, 소리를 냈대.


    금자현판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큰 비에 떠밀려 명지도로 왔다니 명지도와 금자현판의 인연은 각별하지.


    섬의 어딘가에서 가뭄이나 큰바람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는 소리가 섬 전체에 울려 퍼진다고 해서 모래밭 마을을 명지도라 불렀대.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