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철에서 삶을 본다

저   자
오완수
출판사
아템포
출판일
2023년 04월
서   재







  • 철과 함께한 한길, 50년 쇳밥 인생, ‘따뜻한 철강맨’ 대한제강 고(故) 오완수 회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노점에서 시작해 국내 3위에 오른 대한제강의 60년 역사를 들려드립니다.



    철에서 삶을 본다


    제강, 정금백련: 좋은 쇠는 백 번의 담금질로 만들어진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품어라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거역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운명을 만난다. 하지만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숙명도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히 달라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내 인생엔 기업과 가족이라는 혼자 감당하기에 무척 벅찬 두 개의 짐이 주어졌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거부하지도 크게 원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는 먼 훗날 다시 아버지를 만났을 때 “유언하신 대로 최선을 다해 형제들을 키우고 내 임무를 잘 마치고 왔습니다”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게 주어진 숙명이 너무 버겁다고 불평하거나 도망칠 궁리를 하는 대신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기업을 지키고, 동생들을 잘 건사하고 집안을 이끌어가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그 일념만은 놓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니 살아갈수록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겼다. 젊은 시절에는 크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내 인생의 짐도 점점 가벼워졌고, 어느새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만하면 사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성공했다는 소리도 듣게 됐다.


    돌이켜보면 각자의 인생이 짊어진 숙명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주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벅차고 무겁게만 느껴진다면 아직은 내 힘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자기 스스로도 감동스러울 만큼 혼신을 다한다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 없다. 불가능할 것 같고,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운명도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힘껏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주어진 숙명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상상을 넘어서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결과적으로 행운으로 평가될지, 불운으로 평가될지는 결국 각자의 삶의 태도와 노력 여하에 달린 셈이다.


    숙명은 결코 힘겨운 인생의 짐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주고 내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보기 전까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숙명이 각자의 삶이 지닌 의미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켜라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좋을 때보다는 힘들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꼭 지켜왔던 두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그 첫번째는 사업을 하면서 정치권력의 힘을 빌려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원칙을 지키려고 하다보니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 수많은 기업이 정경유착으로 급성장하기도 하고, 손쉽게 자금지원을 받아내기도 하는 풍토가 만연했던 시기엔 심한 좌절감이 들기도 했지만 내 원칙은 흔들림이 없었다. 맨주먹으로 사업체를 일으킨 선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나는 기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업가는 오로지 자신이 가진 사업적 역량과 사업적 자산으로 승부한다는 고집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생도 사업도 결국 멀리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당장은 바보처럼 보여도 먼 훗날에는 원칙과 기본을 지킨 사람이 결국 이긴다. 기업은 정직하게 벌고, 벌어들인 만큼 다시 투자하면서 차근차근 실력과 명성을 쌓아가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언론에 노출하거나 경영자가 외부 활동에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속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사회의 가치 창출에 힘을 보태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고 기업인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결코 변함이 없다.


    사업이 힘들 때마다 그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며 지켜왔던 나의 두번째 기본원칙은 늘 현장에서 답을 얻는 것이다. 회사 경영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으면 생산 현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도 있고, 현장을 모르고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들이다.


    특히 우리 회사와 같은 제조업체의 경우 경영자가 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마치 뿌리 없는 나무에 열심히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해 남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위치를 얻어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현장 운영에 몰두하지 않고 기업이 잘되길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일 뿐이다.


    거침없이, 그리고 후회 없이

    흔히 실패 없는 성공이 없다고들 하지만 실패의 처절한 순간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많이 배우고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실패의 순간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자긍심이 만들어낸 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누구나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성장한다. 실패가 전혀 없는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신이 실패의 경험을 주는 것은 더 크게 보아야 할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다만 그것이 실패의 경험이든 성공의 경험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실패를 이겨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성공을 볼 수 있다.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모든 일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인생은 언제나 진행 중이기에 자기 딴에는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또 잘못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내게 어떤 행운을 안겨줄지 모른다. 오직 노력할 뿐,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고 사업인 것 같다.


    그러므로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에 더욱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뛰어난 머리나 실력을 가진 사람보다 인내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 결국 실패를 딛고 일어선다. 아무리 많은 실패를 겪는다 해도 목표를 향해 인내하고 부단히 노력하다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실패가 인내력을 시험하려 할 때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을 통해 성공으로 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어떤 일이든 시도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20년 뒤를 상상해보라. 당신은 지금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한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지난날을 돌아볼 때,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해본 일보다는 해보지 않았던 일에 대한 아쉬움이 더 많다.



    압연, 갱상일루: 다시 한층 더 올라가 멀리 내다보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인생을 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자신의 일에 할애한다. 그런데 그 일에 재미와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불행한 일이다. 내가 선택한 일이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고 간절히 원하던 것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행운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막상 하다보면 의미를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일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일에 점점 재미가 붙고, 일이 좋아지면 그 일을 누구보다 더 잘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일이 내 인생에 던져주는 소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세 사람의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벽돌공이 “돈을 벌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한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마지막 벽돌공은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 이 세 사람의 벽돌공은 각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남들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자기가 하는 일에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미래에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고 이야기한 벽돌공이 훗날 유명한 건축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일이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속으로 좋은 느낌을 갖고 있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이렇게 작은 느낌들이 자기 안에서 하나씩 쌓이면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하지 않게 되고, 미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일을 통해 이런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업이 잘 굴러가는 데 있어서 외형적인 성장이나 체계적인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혼을 불어넣고, 내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풍요로운 삶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구성원이 이런 마음을 키워간다면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통하지 않는다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이 퍼져 있는 잘못된 생각들 가운데 하나가 정글의 법칙이다. 세상은 정글과 같아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상대를 꺾고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어떤 문제든지 약육강식의 논리로 이해하려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사로잡히다보면 상대를 잘 헤아리지 못하고, 경쟁업체는 물론 자기 직원이나 협력업체들까지 적대시하기 쉽다. 이런 태도가 반짝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자승자박하는 꼴이 된다. 또 모든 상황을 전투적으로 대하다보면 기업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평정심과 판단력이 흔들리기 쉽다.


    가장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은 극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기업 경쟁의 승자는 언제나 시장을 제대로 읽고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자였다.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승부한 사람들은 어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내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다만 업계에서 강자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선물일 뿐이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욕을 불살랐는데도 고객의 이해와 요구를 읽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다른 업체에 그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시절에 안주하고 작은 경쟁에만 치중하면서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에 강자의 위치를 내놓아야 했던 기업들도 많았다.


    기업의 성공 요소가 결국 자본이나 규모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기업의 성공은 기업이 먼저 자신의 본질에 충실할 때 보장되는 것이다. 남과의 비교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비교와 경쟁에 집중할 때만 우리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물론 같은 업계에서 더 잘해나가는 기업들을 보고 배우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 보면 안 된다. 자타를 막론하고 실패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기업환경에선 이제 영원한 일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힘을 가진 사람만이 강자의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철저히 고객 만족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업에 있어서 고객은 내가 생산해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과 주주, 회사의 이해관계자 등 내부고객도 중요하다. 고객 관리만 잘해도 사업의 절반 이상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오늘날 시장은 늘 변한다.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늘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정글의 법칙이라는 것도 가만히 살펴보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된 정글에 적응해서 생존하는가 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그래서 약육강식이라는 단순한 법칙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글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서로 돕고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간다. 거기에 독불장군은 없다. 자연이 그렇고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기업환경이나 나라 경제도 강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길은 결국 하나밖에 없다. 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받기 위해서는 먼저 주어야 하고, 주었다면 반드시 보상이 있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법칙이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진정으로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먼저 넉넉히 내주어야 한다.


    능력보다 중요한 것

    아무리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기업의 장단기 목표를 함께하면서 같이 뛰어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인적 구성을 갖추었는지와 그 인적 구성을 잘 운용하는지가 기업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문제가 바로 사람 문제다.


    리더든 직원이든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 기업이다. 특히 기업 초창기에는 어떤 인재를 발굴해 주요 관리자로 삼는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일체 관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내 나름대로의 변치 않는 인사 원칙이 있었다. 내가 직원들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던 기준은 성실함과 헌신성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보다 성실하고 헌신성이 높은 직원들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어 보일수록 더 고삐를 당기고 담금질을 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역량을 키우려고 애썼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은 잘못을 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안 될 일에 공연히 힘을 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를 이끌 재목이라고 생각되면 더없이 냉정하게 대했다. 나에게 많이 혼이 나고 혹독하게 시달린 사람일수록 더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아래 직원이 크게 실수할 때도 있고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 경영자는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지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자기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주어진 업무가 맞지 않거나 리더가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찮은 풀도 잘 활용하는 사람의 손에서는 존재 가치를 발휘하지만 귀한 약초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사람마다 각자의 능력이 있고, 주어진 그릇이 있다.


    자기 회사에 유능하고 능력 있는 인재가 많기를 바란다면 먼저 경영자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직원들이 성실하기를 바란다면 경영자가 가장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회사에 대한 강한 애사심을 가진 직원이 많기를 바란다면 먼저 회사에 열정을 쏟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렇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있어야 회사 조직에 자신이 원하는 인재가 더 많아질 수 있다. 나는 회사가 아무리 어려울 때도 직원들의 월급을 늦게 지급한 일이 없다. 내가 직원들과 맺은 약속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내가 먼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듯이 전체를 볼 줄 아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직에 필요한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경영자는 또한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 기다리고 침묵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많이 묻고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제대로 질문할 수가 없고, 제대로 묻지 못하면 본질이나 해결점을 찾아낼 수 없다.


    경영자는 언제나 일 처리가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매사에 일을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경영자의 카리스마라는 것은 일방적인 권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믿고 따라도 좋을 만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모습이 차곡차곡 쌓여 신뢰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장수 기업의 재발견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은 관계로 50년 이상 지속해온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철강업계에는 그런 기업들이 제법 있고, 우리 회사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그래서 그동안 일간지나 철강 전문지 등을 통해 우리 회사의 발자취가 많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오랜 역사를 지켜온 기업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체로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가족기업이 많다.


    가족기업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실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기업에 대해 세습이라고 곱지 않은 눈으로 비판하는 것을 잘 안다. 가족기업이라고 하면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과 영세한 규모, 투명하지 못한 족벌경영이라는 좋지 않은 측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알기로는 사실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되어온 기업들 중에서 오히려 건실한 재무구조와 긍정적인 기업 풍토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더 많다.


    미쉐린, 월마트, 리바이스, 이케아, 모토로라, 제이피모건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많은 기업 가운데는 가족 기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장수 기업으로 거듭난 사례가 흔히 있다.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에 40퍼센트가량은 가족기업이고, 현재 미국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가족기업에서 일한다. 혈연을 초월한 장인정신으로 오랜 역사를 지속해온 기업이 많은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가족경영으로 유지해온 장수 기업은 전 세계 기업 중 상당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가족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가족기업의 성공비결을 통해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핵심 요소를 찾아내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런 전문가들은 가족기업들의 성공 요소로 연속성, 공동체의식, 관계, 지휘를 꼽고 있다. 기업은 결국 자신이 생산, 판매하는 제품으로 승부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기법을 도입해도 제품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 뛰어난 제품경쟁력은 자기 제품에 대한 철저한 장인정신이 기반이 될 때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가족기업의 경우 대를 이어 품질을 향한 꺾이지 않는 열정을 이어갈 수 있고, 이를 위한 생산성 향상이나 시스템 강화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가족구성원의 참여로부터 비롯된 공동체의식을 발전시켜 직원 전체의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데도 가족기업이 유리하다. 이는 관련 업계에서의 원활한 상호작용과 관계성으로 이어진다. 가족기업을 잘 운영하면 리더가 결단력을 가지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혁신적인 방안을 실현해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오너와 경영자가 일치하기 때문에 눈치 볼 일이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들은 단기적인 경영 실적을 올리는 데 신경을 많이 쓰지만, 오너는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본다. 그래서 기업의 중심을 잡고 미래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는 일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


    누구보다도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는 상대가 바로 가족이다. 또 오랜 기간 서로 관계 맺음을 통해 남보다 많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시기에 중대한 판단을 빠르게 결정하고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위기 상황이다. 어떤 기업이든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고비를 넘긴다. 이때 가족기업은 마음을 모으고 사재를 내놓으면서까지 기업을 지키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족경영이 이런 장점들을 잘 활용해 장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기업 경영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고, 자격이 되지 않을 때는 혈육이라도 냉정하게 배제할 수 있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을 맡기겠다고 결정한 가족구성원을 밑바닥부터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동생이니까, 아들이니까 언젠가는 저 자리에 갈 것이라는 나태한 생각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 가족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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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